아몬드

한줄평: 싸이코패스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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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9: ㅡ생일 축하한다.

    할멈이 말했다.

    ㅡ태어나 줘서 고마워.

    엄마가 내 손을 조물거리며 덧붙였다. 생일 축하해. 태어나 줘서 고마워. 어딘지 식상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야 하는 날들이 있는 거다.

 

 

 

 

p.186: ㅡ달려서 뭐하려고?

    의미를 담은 질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도라의 눈빛이 확 꺼졌다.

    ㅡ나한테 그건 있지, 살아서 뭐하려고, 하는 질문이랑 비슷해. 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사니? 솔직히 그냥 살잖아.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웃고 나쁜 일 있으면 울고. 달리기도 마찬가지야. 1등 하면 좋고 아니면 아쉽겠지. 실력 없으면 자책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래도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사는 거처럼, 그냥!

 

 

 

 

p.245: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 한다면서 쉽게 잊었따.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p.259: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말했듯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뜻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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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송합니다]

나의 공식 MBTI는 ESTJ인데, T 점수가 꽤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감정을 다루고 표현하는 것에 서툰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언젠가부터 그것을 나의 단점 목록에 올려두게 되었다.

감정보다는 팩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좋고 나쁨보다는 옳고 그름에 목숨을 거는 편이고,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S 성향도 강한 편이라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지사지가 안 되는 것이다. 내 일이 아니면 잘 감정이입을 잘 못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공감이 어렵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기쁨을 더하는 능력은 있지만 슬픔을 나누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다.

 

누군가 슬퍼할 때 무슨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물론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 위로의 말을 건네긴 하는데, 솔직히 진심으로 우러나는 경우도 잘 없다. 

'과연 이 말이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될까?'에 대한 판단이 잘 안 서고 확신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타인이 화를 낼 때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누군가에게 화를 내본 게 고2 때 새로 산 내 옷을 물어뜯던 우리 집 개한테 가 마지막이었으니까.

 

나름대로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타고난 본성을 크게 벗어나는 건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

가끔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도, 저지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아 답답한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친구와 전공 지식으로 충돌이 있을 때,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근거를 찾고 있을 때.

-친구랑 카톡으로 신나게 얘기하고 있다가도 맞춤법 틀린 걸 보고 지적을 참을 수가 없을 때.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을 때.

-친구와 논쟁을 하다가 분명히 팩트로는 이겼는데 인간관계가 어그러져서 결과적으로는 상처뿐인 승리 일 때.

-여자친구가 나에게 화를 내는 데 뭐 이런 걸로 화를 내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때. 근데 왜 웃냐고 더 화낼 때.

 

주변 사람들에게 T송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