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7)
Le Voyage(여행) 아 죽음이여, 늙은 선장이여, 시간이 됐다! 닻을 올려라! 이 세상은 이제 지겹다, 죽음아! 항해하자! 심연 속 저 깊은 곳으로, 천국이든 지옥이든 무슨 상관인가? 모든 것의 심연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보들레르의 시 [Le Voyage(여행)] 중에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
너라는 길 너라는 길 정미나 (2021 시민 공모작) 지하철을 타고서 너를 향해 가는 길 오늘은 날씨가 좋아 널 만나기도 전에 웃음이 나 열차가 덜컹거리는데 내 마음도 울렁거리네 우리 오늘 뭐 할까 매번 하는 말을 보내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재밌다는 걸 알면서 말이야 글쎄 오늘은 같이 걸을까 어디든 둘이서 걸어볼까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네 문이 열리고 미소짓는 네가 보여 오늘 참 좋다 걷기 참 좋다
Into the Wild There is a pleasure in the pathless woods; There is a rapture on the lonely shore; There is society, where none intrudes; By the deep sea, and music in its roar; I love not man the less, but Nature more... - Lord Byron ​ 길 없는 숲에는 기쁨이 있다. 외로운 바닷가에는 황홀함이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자연을 더 사랑한다... - 바이런 경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숨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
달 - 이원수 달 이원수 너도 보이지 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 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이 너도 들리지 시냇물에 반짝반짝 은부스러기 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 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 안겨주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은
초혼(招魂) - 김소월 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날개 - PreJi 날개 PreJi (from 오유 시발축제) 다시날지않겠냐고 다가가물어본다 이세상속에서 차갑기만한 꿈들에게 꺾여진 날개 꺾여진 꿈들에게 차갑기만한 이세상속에서 다가가물어본다 다시날지않겠냐고
녹차 한 잔 - 고옥주 녹차 한 잔 고옥주 그대에게 녹차 한 잔 다를 때 내 마음이 어떻게 그대 잔으로 기울어 갔는지 모르리. 맑은 마음 솟구쳐 끓어오를 때 오히려 물러나 그대 잔을 덥히듯 더운 가슴 식히리. 들끓지 않는 뜨거움으로 그리움같은 마른 풀잎 가라앉혀 그 가슴의 향내를 남김없이 우려내야 하리. 그대와 나 사이 언덕에 달이 뜨고 풀빛 어둠 촘촘해 오니 그대여, 녹차 한 잔 속에 잠든 바다의 출렁임과 잔잔한 온기를 빈 마음으로 받아 드시게.
나의 카메라 - 이바라기 노리코 나의 카메라 이바라기 노리코 눈 그것은 렌즈 깜빡임 그것은 나의 셔터 머리칼로 에워싸인 작고 작은 암실도 있어 그래서 나는 카메라 따위는 메고 다니지 않는다 아시는지? 내 마음속에 당신의 필름이 많이 간직되어 있음을 나무 틈 햇빛 아래서 웃음 직는 당신 파도를 헤치는 밤색 눈부신 몸뚱이 담배에 불을 붙인다 아이처럼 잔다 난초처럼 향기롭다 숲에서는 사자가 됐었지 세계에서 단 하나 아-무도 모른다 나의 필름 라이브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