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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생활꿀팁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 여행 - 간단한 후기 및 주의사항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를 다녀왔습니다.

일반적인 후기와 사진들은 다른 글에서도 많이 보실 수 있을 것 같고,

제가 여행 준비 및 여행 중 경험했던 것들 중에 나름 특이하고 어디서 듣기 힘들었던 부분들을 후기로 남기면 좋을 것 같아서 간단히 몇 가지 써보려고 합니다.

1. 자유여행도 괜찮은 대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로 여행 가는 경우가 아직 드물다 보니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마땅한 여행책(가이드북)도 없고, 여행 앱에 컨텐츠도 없고, 인터넷에서도 여행 정보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여행사를 주로 알아봤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를 취급하는 여행사 자체도 거의 없더라고요.

타히티 전문 여행사를 찾아서 컨택을 했는데, 뭔가 사장님과 소통이 잘 안되고, 결(?)이 잘 안 맞는지 자기는 도와주기 힘들 것 같다고 하셔서 결국엔 자유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사 통해서 가면 여행 준비의 효율성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행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틀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보니 일정이나 호텔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더라고요.

저희는 보라보라 뿐만 아니라 무레아도 가보고 싶었고, 무레아에서는 액티비티 위주로 할 거라 굳이 좋은 리조트에서 묵을 필요를 못 느꼈습니다. 타히티도 첫날 새벽에 도착해서 잠깐 잠만 자고 다른 섬으로 떠날 건데 굳이 좋은 숙소에서 묵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요.

여행사와 동일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불필요한 부분은 줄이고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껴서 결과적으로 여행사 통해서 가는 것보다 총 경비에서 2~300만원 정도 세이브 한 것 같아요.

각자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여행 방법을 정하면 되지만,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도 (의외로) 자유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ㅎㅎ

2. 뉴질랜드를 경유한다면 NZeTA 미리 준비하자

우리나라에서 타히티 갈 때 베스트로 꼽히는 일본 경유 항공편이 현재 중단된 상태라

저희는 오클랜드를 경유하는 에어뉴질랜드를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출발하는 날 인천공항 가서 체크인하려고 하니까 '뉴질랜드를 경유만 하더라도 NZeTA (뉴질랜드 전자 여행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비행기 체크인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중요한 사실을 항공권 예매할 때나 체크인 알림 줄 때 한 번도 언급 없다가 출발 당일에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알려주다니... 어이도 없고 난감하더라고요.

물론 제가 미리 신경 쓰고 체크하지 못한 잘못도 있겠지만, 요즘 90일 무비자인 나라도 많고, 입국도 아니고 경유하면서 비자가 필요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죠.

카운터에서 직원이 안내를 하면서 'NZeTA 앱이나 공식 웹사이트에서 신청을 해야 하는데, 빠르면 5분 내에 발급되지만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체크인 마감되기 전에 비자가 안 나오면 비행기 못 탄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미리 안내도 못 받아서 열받는데 비행기를 못 탈 수도 있다니??? 얼척이 없었지만 일단 비행기를 타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NZeTA 신청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식 앱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먹통이고... 와이프는 구글에서 NZeTA 검색했다가 제일 위에 뜨는 스캠 사이트에 잘못 들어가서 수수료 더 내고 신청할 뻔하고 ㄷㄷ

(공식신청사이트: https://nzeta.immigration.govt.nz)

사이트 들어가서 신청 양식 다 채워서 제출했는데 결제 단계로 못 넘어가고 무한 로딩 걸려서

진짜 뻥 안치고 몇십 번은 재시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비행기 출발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에서요.

극 J인 저에게는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에 보니까 저희처럼 비자 신청에서 막혀서 체크인 못하고 있는 사람이 몇 팀 더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찌저찌해서 다행히 비자 발급 성공해서 체크인하고 비행기 탔습니다.

그나마 친절한 직원 한 분이 마지막에 도와주셔서 얘기 나눠보니까 '비자 발급이 안돼서 비행기 못 타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되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하시던데... 그걸 좀 미리 말해주든지 ㅠㅠㅠㅠ 직원마다 얘기도 다르고 안내에 일관성이 없어서 저희도 우왕좌왕하고 출발부터 혼을 다 뺐네요.

아무튼 결론은... 뉴질랜드 경유하면 NZeTA 미리 준비하세요... 미리 안 해도 공항에서 즉석으로 신청해서 어떻게든 비행기 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정신 건강을 위해서... 미리 신청...

제발 ㅠㅠㅠㅠ

+그리고 팁 하나를 더하자면

비자 신청 과정에서 '1. 뉴질랜드 경유만 할 건지 (No. I am a transit passenter)' 아니면 '2. 공항 밖으로 나갈 건지 (Yes. I will be coming to New Zealand to visit)'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옵션이 있습니다.

저희는 공항 경유 시간이 5~6시간 정도라 공항에만 있기는 아까워서 시내 구경이라도 하고 올까 해서 가능하면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체크인 직전에 타임 어택으로 비자를 신청해야 했던 상황이라...

'혹시나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비자는 심사하는데 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발급이 더 늦어지는 게 아닐까? 그러다 잘못하면 비행기 못 타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그냥 첫 번째 옵션으로 신청했습니다. 오클랜드 시내 구경을 추가하는 것보다 일단 당장 비행기 타는 게 훨씬 중요했기 때문에...

근데 겨우 비자 받고 체크인에 성공하고 나서 시내 구경에 미련을 못 버리겠더라고요.

그래서 비행기 타고 가면서 다시 첫 번째 옵션으로 비자를 재신청 했는데 결제만 성공하면 발급 심사에 걸리는 시간은 차이가 없더라고요 ㅠㅠ

결국 비자 신청 비용만 두 배로 들고 아주 쌩쑈를 했네요...

=>결론: 경유 시간을 활용해 오클랜드 시내 관광 다녀오려면 그냥 처음부터 1번 옵션 선택하세요. 발급에 걸리는 시간은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클랜드 현지 팁을 더하자면,

공항에서 시내로 오가는 옵션이 몇 가지 있는데

결론적으로 저희같이 비행 경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하는 촉박한 상황에서는 그냥 Uber나 DiDi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 쓰는 게 제일 낫습니다.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 최적의 선택지인 것 같네요.

공항버스인 SkyBus는 비교적 저렴하긴 한데 배차간격이 30분 정도로 길어서 시간 낭비가 심하고,

일반 택시는 많이 비싸고요 (시내에서 공항까지 100달러 넘음 ㄷㄷ)

밴 형태의 공유 택시인 supershuttle은 택시보다 싸긴 한데 심하게 비효율적이더라고요. 저희는 이거 탔다가 피 봤습니다.

일단 밴에 자리(7~8명 정도?)가 다 차야 출발하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고,

손님마다 내려주는 장소가 달라서 운 나쁘게 마지막 하차 순서로 걸리면 다른 사람들 일일이 다 내려주고 엄청 늦게 도착...

게다가 오클랜드는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평일 출퇴근 러시아워 시간에 걸리면 길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막히니까 그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희는 멋도 모르고 평일 퇴근 시간대 (4~5시)에 슈퍼셔틀 탔다가

시내까지 안 막히면 30분 걸리는 거리를 1시간이 지났는데도 절반밖에 못 가서 그냥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서 걸거리에서 다시 택시 잡아서 그대로 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돌아올 때도 길이 심하게 막혀서 체크인 시간에 늦을까 X줄 태우면서...

하... 오클랜드의 교통지옥 체험하려고 비자발급+SIM구매+택시왕복요금 해서 대체 얼마를 쓴 건지...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의 경유 찬스를 이용해 다시 시도해서 성공하긴 했는데

(아침 9시에 오픈런 해서 Occidental에서 홍합 한 접시 먹고 빠르게 돌아오는 3시간 코스)

결과적으로는 가성비 폭망한 오클랜드 시내 구경이었습니다 ㅋㅋ큐ㅠㅠㅋ

물론 망한 여행이 기억에 남는다고는 하지만...

여러분은 가능하면 저희 같은 돈 낭비 시간 낭비 안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ㅎㅎ

3. 승용차를 렌트한다면 꼭 매뉴얼/오토 확인하자

이것도 전혀 예상 못 했다가 피 본 부분인데...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에서 승용차를 렌트한다면 예약할 때 꼭 매뉴얼/오토 여부 확인하셔야 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해외여행하면서 렌트카도 꽤 몰아봤는데

렌트카로 매뉴얼 차를 줄지는 상상도 못했네요 ㅠㅠ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는 기본적으로 프랑스령이고 유럽 베이스라 아직 매뉴얼 차량이 많다고 합니다.

저희는 무레아에서 차 렌트를 하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검색이 안되더라고요. (아마 지역 기반 소규모 업체들이라 등록이 안 돼 있는 듯)

어쩔 수 없이 숙소 호스트 통해서 예약 부탁했는데, 그때도 차 종류만 물어봤지 오토/매뉴얼 이런 건 언급이 없었거든요.

근데 현장에서 차량 상태 확인하는 도중에 '매뉴얼 운전할 줄 알지?' 물어보길래 '당연히 못하지' 했는데

직원 반응이 'What? 그런 얘기 전해 듣지 못했는데??' 이러더라고요. 디폴트가 매뉴얼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

성수기라 그런지 오토 승용차는 물론 스쿠터도 당일에는 남는 차가 없다고 해서 결국 무레아에서 이동편은 택시+걷기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고

대충이나마 짜놨던 계획이 물거품이 돼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결과적으로 무레아 여행은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고요.

=>결론: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에서 승용차를 렌트한다면 예약할 때 꼭 매뉴얼/오토 종류 확인하셔야 합니다.

(만약 2인이면 그냥 마음 편하게 스쿠터 렌트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4. 마지막 날 타히티 공항에서 새벽 비행기를 기다려야 할 때 꿀팁

이건 항공사와 스케줄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저희는 에어뉴질랜드를 이용했고 타히티에서 뉴질랜드로 떠나는 비행기가 새벽 3시였습니다...

이럴 때는 타히티 숙소에서 1박을 더 하거나, 마지막 숙소에서 레이트 체크아웃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방법들이 여의치 않을 때는 공항에서 죽치고 앉아서 기다리는 걸 생각할 거고 저희도 처음에는 그럴 예정이었습니다.

저희는 마지막 날 보라보라에서 체크아웃 하고 호텔 수영장에서 좀 더 놀다가 오후 5시쯤에 타히티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타히티 공항으로 왔습니다.

일단 공항 유료 라커에다가 캐리어 넣어 놓고, 까르푸 가서 기념품 같은 거 쇼핑 좀 하고, 밤에는 어차피 할 것도 없고 갈 데도 마땅치 않으니 그냥 공항에 가서 죽치고 앉아서 기다려야겠다 했는데...

마침 까르푸 맞은편 힐튼호텔 라운지 바(Heiva Lounge Bar)가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더라고요!

이왕 기다릴 거 편하게 호텔에서 기다리자 하고 가봤는데

수영장 옆에 있는 라운지바가 분위기도 좋고 조용하고 음료 한잔하면서 시간 때우기 좋더라고요 ㅎㅎ

덕분에 추가 1박 안 해서 숙소비도 아끼고, 음료 한잔 값으로 편하게 몇 시간 쉬다가 호텔 로비에서 택시 잡아서 시간 맞춰서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꿀팁이라 공유해 봅니다.

만성 정보 고갈 상태인 타히티/무레아/보라보라 여행에 단비 같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궁금한 게 있으시면 질문 남겨주세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