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서양식 감성의 근거 나열로 가득차 대체로 지루하다
p.6: 스콧의 예측이 실패한 건 우리가 과학적으로 덜 계몽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원래 그와 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믿음은 인간의 소프트웨어에 내장되어 있다. 마이클 셔머는 이를 일컬어 '믿음 엔진'이라고 불렀다. 인류 성취의 근간이 되는 불확실한 정보에서 패턴을 찾아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위대한 과학의 성취를 선물하기도 하지만 음모론이나 초자연적 믿음의 대안적 세계를 꾸며내기도 한다. 우리는 상상하며 꿈꾸는 종이다. 이야기꾼인 우리는 늘 이상한 믿음과 함께할 것이다.
p.49: 목적론은 본질적으로 목적에 관한 것이다. 만약 장기적으로 일어나는 거대한 과정에 미리 예정된 최종 목적이 존재한다면 그 목적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 그리고 그와 얽힌 모든 것에는 그 목적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이 '웅대한 목적'이라는 개념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위안이 되는 개념이다. 그러면 자신의 삶이 그 거대한 목적에서 작지만 그래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웅대한 목적이 정확히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은 아주 어려워한다.
p.82: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눈곱만큼도 없다. 집 내벽에 매립된 전깃줄, 헤어드라이어, 전기담요, 집 근처로 지나가는 고압전선보다도 증거가 약하다.
p.91: 휴대폰의 안전성에 대해 물리학자로서 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나는 전자기파는 알려진 메커니즘이든,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이든 그 어떤 방식으로도 암을 야기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말했는데도 계속 보채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운전하는 동안에는 문자메시지를 하지 마십시오. 휴대폰을 먹지도 말구요."
p.164: 인지 부조화는 우리 자신의 의견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가 자신이든 타인이든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을 때 가장 바람직한 건 친절하게 대하는 일이다. 실수가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지 않는다. 사실의 불편함에 저항하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이다. 새롭게 우리가 접한 정보를 천천히 곱씹어보고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면, 실수에서도 배울 것이고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도 인지 부조화를 억제할 수 있다.
p.180: 대수의 법칙(the law of large numbers)에 따르면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2016년 NASA와 유럽우주기구가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사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주에는 최소 1조개의 은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각각의 은하에는 최소 1000억 개의 별이 있으므로 우주에는 총 10^23개의 별이 있는 셈이다. 거의 모든 별이 행성을 거느린다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발견을 고려하면, 이미 헤아릴 수 없이 큰 수에 0 여러 개가 추가된다. 우리는 이제 먼지와 기체 구름이 합쳐져 형성된 별과 행성이 태양계를 이루기까지 몇 백만 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 은하에서만 이런 현상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우리 우주에서는 매초 1000개의 태양계가 새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 앤 드루얀은 이 개념을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표현했다.
손가락을 '탁'하고 튕겨보자. 그 순간 천 개의 새로운 태양계가 생겨난다. 탁! 또 천 개의 새로운 태양계. 탁! 또 천 개의 새로운 태양계. 탁! 또 천 개의 새로운 태양계. 탁! 탁! 탁!
p.182: 18세기 스코틀란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1748년에 발표한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따. "현명한 사람의 믿음은 증거에 비례한다." 자, 흄의 증거 비례의 원칙에서 시작해보자. 이를 우리가 익숙한 표현으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다. "특별한 주장은 특별한 증거를 요구한다." 확실히 외계 지적 생명체가 지구를 찾아왔다는 주장은 특별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특별하다.
어떻게 지금껏 수없이 많은 목격담 가운데 외계 지적 생명체의 방문을 지지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을까? 구체적 증거 없이 목격담만 많아질수록 신뢰도는 더 떨어진다.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는 미확인 물체가 그토록 많다면 지금쯤 적어도 하나 정도는 증거를 잡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증거들은 하나도 없다. 즉 증거의 부재는 지구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없다는 증거라는 말이다.
p.252: 평평한 지구가 광활한 우주 안에서 회전하고 있는 구체의 지구보다 더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선험적인 이유는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둘 모두 기이한 생각이다. 단지 둥근 지구는 압도적인 증거로 뒷받침되는 반면, 평평한 지구는 모든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을 뿐이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은 어리석어서 틀린 것이 아니다. 틀렸기 때문에 틀린것이다.
p.252: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다. 그들이 무언가를 믿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사과학이나 심지어 미신까지도 무시하고 경멸하지 말자." 둥근 지구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을 멸시한다면 이제 막 우주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 십대 그리고 수많은 사람에게 경멸을 퍼붓는 일이다.
조롱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통의 부족으로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을 세울 뿐이며 더 많은 해로움을 초래할 수 있다. 대체의학을 비웃기만 한다면 이는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꼴이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를 수치스럽게 여기기만 한다면 이는 아이들을 위험에 방치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이 조롱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감정적 유혹에 빠진다면 사람들을 음모론자의 품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p.325: 과학자들이 며칠에 걸쳐 환자들이 꾼 꿈을 조사한 결과, 낮에 심리치료를 받은 경우 의료 문제에 대한 꿈을 꿀 확률이 훨씬 높았다. 예를 들어, 한 환자는 수술 후 몸에 연결한 배농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낮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심리치료를 받고 나면, 그날 밤 자신이나 주변 사람 몸에 관을 삽입하는 꿈을 꾸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환자들의 꿈에는 각자의 불안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중략)
이런 현상을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로 설명할 수 있다. 대수의 법칙이란 특이한 사건이더라도 발생 기회가 많으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면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통계학은 각각 불안과 대수의 법칙을 예지몽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p.332: 천국과 임사체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임사체험은 경험한 사람에 따라 그리고 그가 속한 문화권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임사체험 중에 유체이탈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터널 끝에 있는 빛을 향하여 나아간 경험을 한 사람과 전혀 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종교적인 인물이나 사망한 친척을 만나는 사람도 있고,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유명인이나 다른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더욱 중요한 것은 임사체험을 겪은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설명하는 장소가 서로 현저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일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이상한 믿음을 다루고 있다.
1부의 성격론이나 2부의 잘못된 과학 상식 까지는 나름대로 낯이 익거나 실체가 있는 내용이라 그나마 읽을만 했는데
3부부터는 버티기가 어려웠다. 상상속에서나 존재하는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 근거랍시고 각양각색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들을 쏟아 붓는데... 옛날 동화가 생각났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바람과 태양이 싸우는 이야기.
옷을 벗기기 위해 바람이 거센 폭풍우를 몰아쳐댔지만 나그네는 오히려 옷을 꽁꽁 싸매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내용.
과연 이미 이상한 믿음을 가져버린 사람들에게 팩트를 쏟아붓는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자신의 오류를 깨닫고 믿음을 바꾸게 될까? 힘들다고 본다.
이상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근거가 부족해서 진실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다. 믿기 싫은 것이다.
인간은 굉장히 감정적인 동물이라, 논리로 설득하려고 하기 전에 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게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T 성향이 높아서,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타인의 감정을 파악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서투르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눈치 없이 팩트를 때려박는 일이 종종 있는데, 돌이켜보면 좋은 결과를 남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람의 생각은 누가 바꾸려고 하면 저항한다. 자기가 바꾸고 싶을때 바꾼다.
팩트를 쏟아부으면 지적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오히려 반발감이 생기는 것 같다.
진실을 납득시키기 위해 감정까지 고려해야 하다니... 회의주의자들에게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더 큰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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