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 : 왜 우리는 이성의 능력을 이토록 숭배하는 것인가?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 중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보이는' 부분이 실제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p.34 : 우리 조상의 남녀 비율은 1:1이 아니라 1:2로 여자 비율이 높다. 인간의 경우, 그나마 일부일처제라는 제도 덕분에 남녀 간 불균형이 최근 줄어든 것이다. 다른 포유류들의 경우, 이 비율이 수컷 3 대 암컷 7 정도까지도 기운다. 거의 모든 암컷은 자식을 갖지만, 소수의 수컷만이 유전자를 남겼다는 말이다.
이 성비 불균형 때문에 남녀의 기질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여자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엄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지향적 전략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수컷의 경우는 다르다. 어차피 최고가 못되면 짝짓기에서 낙오된다. 매사에 '모 아니면 도' 같은 극단적인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자들은 작은 것에도 승부욕이 불탄다. 주먹 반만 한 골프공을 김 부장보다 5m 더 날리려고, 연습장에 출근하며 쇠막대를 5천 번 흔드는 게 남자다. 승부욕 있는 수컷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뛰어드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다. 풀 한 포기에서 국가 수상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생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p.106 :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스칸다나비아 국가들의 행복수치는 특히 높다. 흔히 그들의 높은 소득과 사회 복지 시스템에서 오는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오해다. 일본이 핀란드보다 국민소득은 높지만 행복수치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스칸다나비아 행복의 원동력은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이다. 그들 사회는 돈이나 지위 같은 삶의 외형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상의 즐거움과 의미에 더 관심을 두고 사는 곳이다.
핀란드는 인테리어 소품 등을 디자인했던 알바 알토의 얼굴을 화폐에 새긴 나라다. 일상의 작은 경험의 가치를 아는 나라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행복한 사회의 특성 중 하나다.
p.123 : 정서의 본질적 관심사는 행복이 아닌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원을 계속해서 더 많이 비축하고 확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승진의 즐거움은 며칠 뒤 없어져야만 한다. 그래야 과장을 단 사람이 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동메달을 딴 선수가 금메달을 위해 땀을 흘린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그리고 수십 년의 연구에서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훨씬 행복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아무리 대단한 조건을 갖게 되어도, 여기에 딸려왔던 행복감은 생존을 위해 곧 초기화돼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행복 연구에서 아직까지도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간명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은 성취하는 순간 기쁨이 있어도, 그 후 소소한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 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다.
하지만 행복 공화국에는 냉장고라는 것이 없다. 남는 옵션은 하나다. 모든 것은 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주 여러 번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이다.
p.133 :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래도 행복에 있어서 유전적 개입을 부인하는 학자는 없다.
학계의 정설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사실이 바로 행복과 유전의 관계다. DNA가 행복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학자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른 통계적 수치지만,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p.138 : 타고난 기질 중 '외향성'이 행복과 가장 큰 연관이 있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외향성이 높을수록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을 찾는 본질적 이유가 자극 추구라는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사실 사람만큼 '자극적인 자극'도 없다.
구체적인 이유야 무엇이든 외향성은 한마디로 '사람쟁이' 성격이다. 외향성이 높을수록 타인과 같이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또 그들(특히 이성)이 자기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데 타고난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첫경험 시기도 빠르고, 경험 상대도 많다.
한 연구에서는 행복하기 위해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극단적인 두 그룹, 즉 행복값이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과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을 비교해보았다.
연구자들이 수많은 변인을 측정했지만, 자신이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지, 외모, 학점, 얼마나 긍정적/부정적 사건을 경험했는지 등에 관한 그룹 간 차이는 없었다.
두 그룹간의 차이는 오직 두 가지 영역에서만 나타났다.
첫째, 성격. 행복한 사람들은 월등히 더 외향적이고 정서적 안정성이 높았다.
둘째, 대인관계. 행복지수 상위 그룹의 사회적 관계의 빈도와 만족감이 월등히 높았다.
p. 188 : 이 책의 결론을 두 가지로 정리해보자.
1.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 우린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생존과 번식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행복이라는 쾌락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먹을 때와 섹스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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