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공식]
p.101 - 자신의 육체적 느낌을 감지하고 조절하며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현명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행복의 감정은 우연이 아니라 올바른 생각과 행동의 결과이다. 우리는 환경을 바꾸는 데 주의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바꾸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정신이 있다면 자동적으로 우리를 즐겁게 할 환경들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p.124 - 도파민이 우리 삶에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식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첫째, 도파민은 우리가 특별히 흥미로운 상황에 주목하게 만든다. 즉 우리의 정신을 일깨운다. 둘째, 도파민은 좋은 경험을 기억하도록 신경세포들을 부추긴다. 즉 도파민은 습득 과정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파민은 근육을 조절하여 신체가 의지에 복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즉 도파민은 행동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볼 때 도파만이 결핍될 경우 사람들이 무기력해진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될 경우, 결과는 치명적이다. 갈망은 강박증으로 치닫고, 목표 지향성은 권력에의 도취가 되며, 자신에 대한 신뢰는 과대망상으로 그리고 풍부한 아이디어는 광기로 변모한다. 좋은 느낌들도 어두은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그 어떤 호르몬보다도 분명하게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p.128 - 사람들은 흔히 기대 속에 최고의 쾌락이 놓여 있다고들 말해왔는데, 이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대 속에 약속된 보상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흥분을 보이지 않는다.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회사원은 기뻐한다. 그러나 막상 오른 월급이 자신의 계좌에 착실히 입금될 때 그의 기쁨은 그다지 크지 않다. 매일 저녁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샴페인을 보아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미 예고된 선물을 계속해서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은 생명체에게 합리적인 일이다. 그런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주의력을 신중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p.131 - 뇌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과 더 나은 것을 향한 탐지기가 작동하고 있으며, 만일 이 탐지기가 없다면 우리는 무언가를 새로 배울 수 없다. 이 매커니즘은 인간의 이성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강력하기 때문에 우리가 모든 이성에 반해 행동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나 존재하는 최상의 것을 욕망하게끔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일단 원하던 것을 얻게 되면 우리는 물론 쉽사리 그것에 적응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값을 치르고라도 그것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충동이 때때로 얼마나 비논리적인지를 우리는 정신없이 몰두하던 게임이 끝났을 때 알게 된다. 게임에서 이기거나 지는 것이 실제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폭발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 얻게 된 것이 얼마아 유용한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 새로 얻을 것이 깄기만 하면 갖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이 추구한는 것은 좋은 느낌을 오랜 시간 누리자는 게 아니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뛰어넘는 듯 보이면 그게 바로 유혹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p.140 - 카사노바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12권이나 되는 회고록을 작성 했을 뿐 아니라 공상 과학 소설도 집필했다. 이 소설에서 그는 자동차와 TV, 비행기의 출현을 예고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호기심은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게 할 뿐 아니라 창조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p.162 - 고양이는 쥐를 잡기 전에 쥐와 게임을 벌인다. 식욕은 음식 그 자체보다 더 많은 쾌락을 줄 수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가장 큰 자극은 숨바꼭질에, 사소한 말다툼에, 우회로에, 그리고 망설임에 있다. 가능한 최단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려고 하는 연인은 좋은 연인이 못 된다. 피에르 쇼데르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에 나오는 바람둥이 발몽은 "나는 그 선한 여자를 그렇게 값싸게 얻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너무 빨리 얻었을 경우 에로틱한 투쟁의 긴 쾌락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욕망하고 즐기는 것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 두 자극은 또한 서로 적대적이다. 이 두 자극의 관계는 시소 놀이를 하는 두 아이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번에 한 아이가 높이 올라가면 그 다음번에는 상대방 아이가 높이 올라간다. 욕망하는 사람은 아직 완전히 즐기지 못한다. 그리고 즐기는 사람은 결국 원하는 것을 얻는 그 순간 욕망이 사라지는 것을 목도해야 한다. 욕망에는 애써 추구하는 동력이 내재하는 반면, 향락은 그것 자체로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는 기분 좋게 게으른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러면 도취의 어두운 면이 나타난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약물의 힘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의 기분은 평범한 상태로 되돌아가는데, 도취를 경험한 이후 우리는 종종 이러한 평범한 상태를 견딜 수 없는 추락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p.170 - 무언가를 원하는 것은 권태에 대항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욕망은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느낌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때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 무엇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꿈에 그리던 옷, 골드 신용카드, 학부모회의 의장 자리, 이 모든 것은 쾌락기계를 계속 가동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욕망의 내적 상태, 즉 승리가 가져다줄 느낌을 미리 예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내줄 준비가 되어 있다.
p.177 - 이미 사춘기 시절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한결 더 높은 위험 부담률을 안고 산다. 왜냐하면 어린 뇌는 특히 더 잘 조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른이 될 때까지 약물 복용을 멀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중독 예방책은 없을 것이다.
p.181 - 학자들은 이 현상을 '갈망'이라고 부른다. 한 번 중독된 사람은 약물에 길들여진 그 습성을 평생 벗어나기 힘들다. 그것은 마치 모국어를 잊어버리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중독의 경험이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작동 방식을 영원히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들은 뇌가 약물과 관련된 모든 것에 특히 더 예민해지도록 만드는 물질들을 우선적으로 생산해낸다. 한번 형성된 그러한 회로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이 중독증에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내맡겨져 있따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종속은 극복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중독된 사람은 평생 극복된 상처에 유념하면서 살아야 한다. 심장마비를 겪은 사람이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독증이 있는 사람은 약물의 유혹을 아예 피하든가 아니면 유혹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두 가지 다 힘든 일이다.
p.186 - 격렬한 사랑의 행위가 진행되는 동안 수컷에게서는 바소프레신이, 암컷에게서는 옥시토신이 방출된다. 이러한 호르몬 덕분에 뇌는 파트너에 대한 선호의 감정을 발달시킬 수 있게 된다. 즉 섹스는 사랑에 길을 터주는 것이다.
p.226 - 2000년간 철학이 이 문제를 고민했고, 100년이 넘도록 심리학이 연구를 했으며, 각종 충고와 제안을 담은 책들과 토크쇼, 여성 잡지 등이 물밀듯이 제공되었건만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여전히 조금도 현명해지지 않았다. 사랑의 모험을 감행할 것인가, 아니면 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인가? 만족을 위해서 우리는 일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삶의 여유를 찾아야 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
p.227 - 첫째, 긍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을 물리칠 수 있다. 둘째, 어떤 행복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행복의 순간을 맛볼 수 있도록 그리고 행복의 순간에 대한 기쁨이 좀더 천천히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다. 셋째, 무엇을 경험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경험하는가이다.
p.229 - 인간은 행복을 찾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몰두한다는 사실 자체에 놓여 있다.
p.230 - 루소도 썼듯이, "무엇보다도 영혼 때문에 몸을 단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운동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근육이 움직이면 뇌에서는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이 다량 방출되고, 가벼운 흥분이 불러 일으키는 엔도르핀 역시 방출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체 내부의 감각들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주의 깊게 인지하고 몸이 아무 탈 없이 잘 작용하고 있음을 즐길 수 있도록 배워가는 것이다.
p.235 - 수 년 동안 / 비싼 값을 치르면서 / 나는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 높은 산과 / 대양을 보았다. / 그러나 내가 보지 못한 것은 / 내 집 문 앞 잔디에 맺혀 있는 / 반짝이는 이슬방울이었다.
아름다움은 관찰하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 주의 깊은 관찰자는 가장 일상적인 것 속에서 예기치 못한 자극을 발견한다.
p.238 - 그 대상에 관계없이 모든 "관심'은 삶의 쾌락을 고조시킨다. 그러한 행복은 계속해서 불만족을 유발시키는 소비를 통한 쾌락과는 달리 영원히 마르지 않는다. 모든 경험, 새로 획득한 모든 지식은 새로운 발견으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평생 지속될 수 있는 여행을 시작한다.
p.239 - 서구 문명이 낳은 책과 영화 그리고 연극에는 온통 전 세계를 홀로 짊어지려고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로 하여금 "인간은 고독하게 홀로 있음으로써 자신의 가장 내밀한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러나 임상 연구와 뇌과학 연구가 증명하듯이, 사실은 그와 정반대다. 고독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의미하며, 육체와 정신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고독은 사람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각과 느낌이 희미해지게 만든다. 면역력도 떨어지게 한다. 고립은 슬픔과 병을 가져온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종종 극단으로 치닫곤 하는 서구의 개인주의와 마주보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우울증이 급속도로 확산되는데 적어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p.242 - 끊임없이 사랑하는 대상을 바꾸는 사람의 삶은 확실히 더 자극적일 것이다. 그러나 지루함에 복종하는 것도 그다지 손해보는 일은 아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행복한 감정을 선사한다. 그리고 육체적 사랑은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힘을 북돋운다.
p.270 - 우리는 어떤 낯선 상황에 놓였을 때 그것이 우리의 기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거의 상상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뇌는 어떤 사태의 전개 과정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과 같은 극적인 예를 상상해보자. 만일 당신이 로또에 당첨됐다면, 또는 사고를 당해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몸이 됐다면, 당신의 심리 상태는 어떤 상황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추측컨대 당신은 백만장자의 삶을 택할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결정할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니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학자들이 증명해 보였듯이, 실제로 그러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이 이후 몇 년 간 겪는 감정은 이와 같은 즉흥적인 답변들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학자들은 특별한 선입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을 뿐 아니라 실제로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과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게도 생에 대한 만족도를 질문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좋은 일에 있어서나 나쁜 일에 있어서 얼마나 뛰어난 적응 능력을 발휘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백만장자의 행운은 행복한 삶을 오랫동안 보장해주지 못했고, 척추 마비가 삶의 만족도에 끼치는 영향도 사람들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적었다.
변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그러한 변화가 우리의 만족도에 끼칠 영향을 종종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변화에 우리는 매우 빨리 적응한다. 따라서 외적 상황이 우리의 행복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p.272 - 삶을 평가할 때 우리는 만족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대단히 빈번하게 저지른다. 그렇다면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행복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경험하는 바로 그 순간 체험된다. 그러니까 행복이란 단지 현재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만족이란 그러한 행복의 느낌에 대해 우리가 머릿속에 간직하는 무엇이다. 그러니까 만족은 되돌아보는 시선 속에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행복의 순간을 자주 체험하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p.280 - 어떤 감정을 기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가 하는 것이 아니다. 뇌가 입력하는 것은 단지 감각적 느낌의 절정과 그 느낌이 줄어들기 직전의 마지막 몇 분일 뿐이다. 즉 결국 남게 되는 것은 마지막 인상으로, 우리의 뇌는 행복한 결말을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동 방식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분위기가 꽤나 들뜬 파티에서 만약 가장 즐거운 순간에 집에 가겠다고 일어선다면, 당신은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남는 것은 마지막 인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짦은 순간 강렬한 행복을 맛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아 마땅하다. 기억은 '최고'의 원칙에 따라 작용하기 때문이다.
p.290 - 돈과 성공 그리고 명예와 미모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와 재능 개발, 사회 참여 등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보다 떨어졌다. 돈과 지위를 발판으로 외부의 승인을 얻고자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보상 없는 행위다. 야망에 찬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망조차 이룰 수 없다. 부와 명예는 행복의 느낌을 고양시키지 않는다. 곧바로 그 다음 목표가 눈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명예욕은 일반적으로 불안 및 우울 증세를 동반한다. 정신없이 성공을 좇는 것이 안정되지 못한 마음 상태의 원인인지 아니면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두 요소는 병행하는지도 모른다. 위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은 종종 지금 성취한 것에 대한 보상을 나중으로 미루어야 한다.
p.295 - 행복의 일기를 써라. 내가 느낀 행복을 다시 한번 떠올릴 때, 그 찰나의 순간은 우리 머릿속에 영원히 아름다운 감정으로 남는다.
p.306 - 어떤 과제의 난이도가 딱 적당하면 욕망과 보상 사이의 쾌락 시소는 지속적으로 오르락내리락 움직일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는 무엇인가를 달성하고 난 후에 맛보게 되는 허탈감을 방지할 수 있다. 행위가 너무 단순할 경우에는 도발과 흥분이 부족하고, 너무 힘들 경우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
p.307 - 너무 높은 목표 설정도 기쁨을 맛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정상만을 생각한다면 그 어떤 등반가도 씩씩하게 첫발을 내딛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모든 등반가는 처음부터 계속해서 성과를 맛볼 수 있도록 등반 코스를 나누어 짠다. 즉 5미터를 오른 후 확실하지 않은 곳을 딛고 높이 올라가게 되었을 때, 다시 15미터를 오른 후 돌출 암벽을 극복하게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45미터 후 로프 코스를 다 마치고 서 있을 곳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는 기뻐한다. 이런 방식으로 수백 미터의 암벽타기가 이루어져 궁극적으로 정상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 승리들은 최종 성과보다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부분 승리들은 더 많은 좋은 감정을 선사할 뿐 아니라 최종 목표의 도달보다 더 많은 승리들을 손 안에 쥐게 한다. 그래서 곧 '과정이 목적지'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는 것이다.
우리의 타고난 기대 체계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보상에 대한 추구에서 벗어나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 어떤 형태로 보상을 구하고 찾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p. 322 -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만큼 인생에 대해 만족하는가, 얼마나 오래 사는가 하는 것은 그 사회를 지배하는 정의로움과 병행한다. 사람들에게 장수를 가져다주는 것은 절대적 부가 아니라 부의 바람직한 분배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수입이 비교적 고른 나라의 국민이 삶에 가장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고 나면 절대적인 경제적 부는 더 이상 삶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 사회 내에서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 결국 패자가 되고 말 것이다.
p.330 - 부정 부패와 몇몇 권력가들의 권력 남용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항할 만한 반대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참아낼 수밖에 없는 곳에서만 번성할 수 있다. 사회적 삶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공동체에서는 남몰래 무슨 일을 꾸미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정치가들은 아예 처음부터 정직하게 행동한다. 자신들이 권력을 남용할 경우 주민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p.340 - 시민의식과 사회적 균형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 이 세 가지가 바로 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이루는 마법의 삼각형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는 분리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보완하며 서로를 규정짓는다.
p.346
[정리]
- 신체와 정신의 만족감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이 엮어져 있다. 느낌이 깃드는 본래의 장소는 몸이다. 증명되었다시피 운동과 섹스는 기분을 고양키시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 행동은 무위보다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집에서 쉬라는 충고는 틀린 말이다. 뇌 속에서 생각과 의도 그리고 감정의 조응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다른 할 일이 없을 경우 뇌는 손쉽게 걱정으로 기운다. 그런가 하면 뇌에 있는 기대 체계는 우리가 어떤 목표를 설정하자마자 벌써 그 전조로 기쁨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 목표를 달성할 경우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 따라서 행동은 우리를 자동적으로 좋은 감정으로 이끈다.
- 다양성이 요청된다. 기대 체계는 기분 좋은 자극에 대해 빨리 둔감해진다. 이렇게 해서 욕망과 보상 사이의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난다. 기대하지 않은 일에 숨겨져 있는 자극을 제대로 평가할 줄 알고 익숙한 것을 매번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삶의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 결정 및 책임의 자유와,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있는 선택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면 결정의 자유를 선택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운명에 대한 통제는 행복과 만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전제 조건이다.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손에 달려 있다는 느낌은 가장 견딜 수 없는 상황 중 하나이다. 원하던 뭔가를 얻기 위해 종속을 그 대가로 치러야 한다면(ex) 빚 같은 것) 차라리 그것을 포기하고 자유를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 삶의 만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다. 우정과 사랑을 행복과 동일하게 간주하는 것은 결코 과장된 일이 아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주의 깊은 관심은 우리 자신의 기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