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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약 정리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 (책 요약 정리)

p.14: 사랑이라는 감정의 세기 변화를 그래프 곡선으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처음에 폭발적으로 상승해 정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내려오는 모양이 아닐까 싶어요. 감정은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흐르겠지만, 아무래도 처음이 너무 폭발적이었던 터라 그 이후는 상대적으로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죠. 어떤 순간도 처음의 그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넘어서지는 못할 테니까요. 물론 사랑이라는 게 정의도 다르고 형태도 다르니 함부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제가 겪어보고 지켜보고 들어본 사랑은 대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감정의 세기가 하향 곡선에 접어든 다음부터는 또다른 형태의 사랑이 시작됩니다. 처음이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으로 미친듯이 질주하는 사랑이었다면, 그다음부터는 상대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면서 서행하는 사랑이죠. 저는 전자를 '사랑에 빠지는 단계', 후자를 '사람에 빠지는 단계'라고 생각하는데요, 사랑에 빠지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에 빠지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어서 대부분의 관계가 이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사람에 빠지는 단계'부터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호르몬의 장난이 끝난 다음부터가 '진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처음의 그 호기심 가득했던 감정이, 그 들끓었던 감정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때의 우리가 '진짜'가 아니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고요. 과연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서 멈춰버린 관계가 '사람에 빠지는 단계'로 진입한 관계에 비해 대단하지 않다거나 모자란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과연 오래 지속된 관계가 짧게 마무리된 관계에 비해 더 진실하다거나 진정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사랑에 내포된 수만 가지 감정 중에서 처음의 두근거림만큼이나 강력하고 압도적인 감정은 없다는 겁니다. 다른 모든 감정을 집어삼키고 뒤흔들 수 있는 강렬한 감정,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생생한 감정, 어쩌면 그게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싶은 감정, 다른 조건이나 여건이나 환경에 눈 돌리지 않고 감정 그 자체에 충실할 수 있는 감정은 설렘이 유일하니까요.

 

 

 

 

p.44: 저는 이렇게 문자로 헤어지는 게 꼭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아요. 흔히들 문자로 헤어지는 건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얘기하잖아요. 잘못된 이별 방법의 예시로 꼭 등장하는 게 '이별톡'이고요. 마지막인데 그래도 얼굴은 봐야 한다는, 그게 사랑을 마무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죠.

 

저는 꼭 그렇게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사랑의 모양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이별의 방법이 같을 수가 있겠어요. 그건 관계에 따라 다른 거죠. 어떤 이별은 얼굴을 마주봐야만 가능하지만, 어떤 이별은 얼굴을 아예 안 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거든요.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는 오직 두 사람만이 알겠죠.

 

 

 

 

p.76: <이별택시>는 이제껏 이별 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묘사한 노랫말은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선호해왔기 때문에 택시는 평소의 제 작법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소재였죠. 사실 처음에는 버스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버스보다는 택시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일 것 같더라고요. 우아하고 아련한 슬픔이 아닌, 청승맞고 궁상떠는 슬픔이 택시 안에서는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슬픔, 가공된 슬픔이 아닌 진짜에 가까운 슬픔을 그려보고 싶었거든요.


[윤종신은 왜 별로일까?]
고백하건대, 나는 윤종신의 노래, 특히 윤종신의 가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그 이유를 탐구해 보기로 했다. 싫어할 땐 싫어하더라도 이유는 있어야 되는 거니까.

(가요 팬들 중에 윤종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어디 가서 티 내는 편은 아니지만, 지식인들의 요람인 트레바리에서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수준 높은 클럽이기 때문에 면상에 돌을 던지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1. 문체

윤종신의 가사는 너무 구어체다. 상황이나 감정을 그냥 풀어서 줄줄이 설명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함축적인 맛이 부족하달까? 나는 현대의 대중음악가들이 먼 과거의 음유시인 포지션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윤종신의 가사는 운문보다는 산문에 가깝다.

 

2. 상황

윤종신의 가사의 배경이 되는 상황은 너무 일상적이다. 소위 '생활 밀착형' 가사라 극적인 맛이 부족하달까?

 

3. 내용

윤종신의 가사 내용은 너무 N스럽다. 한마디로 말하면 너무 추상적이다. 가사 내용 대부분이 화자가 가진 각종 상념들의 나열이고,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에 천착하고 있다. 나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것들을 좋아하는 S라서, 이런 내용의 가사는 머릿속에 1도 안 들어온다.

 

...근데 사실 가사가 개떡같아도 보컬이 훌륭하면 다 커버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속으로 윤종신 욕을 하다가 우연히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를 듣고 '역시 가사는 이런 맛이 있어야지!'를 외쳤는데 알고 보니 윤종신이 쓴 곡이더라...

난 그냥 윤종신의 보컬이 별로인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