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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약 정리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한줄평: 대학병원 교수가 풀어내는 허심탄회한 건강관리 이야기


p.133: 뇌졸중은 아무 이유 없이 홀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술, 담배 등 일상생활의 위험 요인을 관리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합병증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아무리 유전성이 강한 내력을 가진 가족일지라도 위험 요인 관리만 잘하면 뇌졸중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p.137: [뇌졸중은 한 가지 병일까?]

아니다. 뇌졸중은 다양한원인에 의한 뇌혈관 질환을 합쳐서 일컫는 일종의 증후군(syndrome)이다. WHO에서는 뇌졸중에 대한 정의를 '갑자기 발생한(sudden onset)' '국소 신경학적 증산(focal neurological deficits)'이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그 원인이 뇌의 혈관 문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상황(with no apparent cause other than of vascular origin)'이라고 발표했다.

 

뇌졸중의 세부 죵류는 허혈성 뇌졸중(ischemic stroke)과 출혈성 뇌졸중(hemorrhagic stroke)으로 크게 구별된다. 실제로 이 둘은 '전혀 다른' 질환이다. 출혈성 뇌졸중(줄여서 뇌출혈)은 또 뇌실질 출혈(intracerebral hemorrhage)과 지주막하 출혈(subarachnoid hemorrhage)로 나뉜다. 이 두 질환 또한 발생 원인이나 발현 양상, 증상 등이 판이하게 다른 질환이다. 뇌경색이라고도 부르는 허혈성 뇌졸중도 세분하면 적어도 세 개 이상의 질환으로 나뉘는데, 그 역시 발생 기전이 전혀 다르다.

 

그럼 왜 이렇게 다른 질환을 하나로 묶어서 뇌졸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그것은 환자가 뇌졸중 증상으로 병원에 오는 경우, 이를 처음 보는 의사 입장에서는 뇌경색과 뇌출혈을 구별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혔든 터졌든 그로 인해 뇌세포가 갑작스럽게 파괴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일부 구역의 뇌조직이 갑자기 손상됐다는 공통점 때문에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다들 비슷하게 국소적 신경 증상을 호소한다.

 

 

 

 

p.228: [뇌졸중 자가진단]

뇌졸중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이 증상을 처음 느낀사람은 자신이 뇌졸중이라는 것을 모르기 어렵다. 평생 느껴보지못할 만큼 워낙 놀라운 증상이기 때문이다. 모든 증상의 공통점은 '갑자기'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전부터 불편한 두통, 어지럼증이 심했던 증상은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갑자기 증상이 발생했다면 일단 의심하라.

 

  1. 의식장애: 자꾸 잠을 자려는 증상, 잠에서 깨지 못하는 증상 등
  2. 한쪽의 팔다리가 마비된 느낌: 가장 흔하고 가능성 높다. 운동·감각 마비 모두에 해당한다. 팔다리 마비 부위는 같은 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3. 발음 혹은 언어장애: 부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하거나 실어증으로 대화를 못 하는 상황
  4. 운동 실조와 어지럼증: 힘을 쓰는 것은 괜찮으나 술 취한 사람처럼 정확하게 행동할 수 없는 경우. 갑작스럽게 발생한 현기증으로 외부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자신의 몸이 도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
  5. 시야장애, 복시: 한쪽이 안 보이거나, 한 눈이 안 보이는 경우. 물체는 보이지만 두 개로 보이는 경우
  6. 두통: 평소 느끼는 두통은 해당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너무 너무 너무 심한' 두통. 마치 망치로 맞은 것처럼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최고의 두통일 경우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 행동 수칙]

  • 해야 할 일: 자신이나 목격자가 119 연락하기, 편안히 누워서 대기하기, 구토를 할 경우 얼굴을 옆으로 돌려 기도로 흡인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 하면 안 되는 일: 우황청심환 먹기, 손가락 따기, 자가용으로 병원에 가기

 

 

 

 

p.233: 일반인이 아스피린을 '혈전용해제'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완전히 틀린 얘기다. 여기서 언급한 rt-PA가 이미 존재하는 혈전을 용해하는 '혈전용해제'이며 아스피린 등의 뇌경색 예방 약물은 혈전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항혈전제' 내지는 '항혈소판제제'다.

 

 

 

 

p.304: [전립선암]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여성만 출산력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남성에게서도 생물학적 필요에 의해 성행위의 빈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우선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식의 수가 1~2명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런 이유에서계획적인 출산과 피임을 강조하는 세상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해 성행위가 직접적으로 감소하거나 그와 관련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됐다.

 

후룸라이드의 물탱크가 항생 준비돼 있어도 후룸라이드 작동 횟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지속적으로 보수를 하지 않는다면 물탱크와 물 공급 시스템에 고장이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서이 높아진다. 우리 몸에 정자와 정액이 준비돼 있으나 정상적인 배출과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럼 해당 장기의 기능은 감소되고 정체된 정액으로 인해 장기가 받는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다. 바궈 말해 나이가 들면서 급격하게 사정 횟수가 감소하면 전립선에 점점 큰 부하가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전립선 비대증(benign prostate hypertrophy)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엔 전립선암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하버드대학교에서 2016년에 보건계통 전문가 31,925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21회 이상 사정을 하는 사람들은 4~7회 사정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현격하게 낮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20~29세에서도 이과 같은 패턴이 관찰됐다. 즉 젋은 나이부터 적절한 수준으로 사정을 할 때 전립선암이 예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반박하는 연구도 있고 중립적인 연구 결과들도 있어 아직 정설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전립선의 원래 기능과 암 발생에 있어서 발암물질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때, 사정 횟수의 감소가 전립선에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논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한 사정 횟수를 보고 조금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에 21회 이상이면 수치상 일주일에 5회 이상을 의미한다. 해당 연구에서는 성행위와 자위 등을 구분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서 가능한 횟수일지 의문이다. 게다가 국가별 통계에 의하면 한국 성인의 성행위 횟수는 상당히 하위권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러 가지 논증과 통계를 고려해볼 때 우리나라 남성 전립선의 미래는 대단히 어두워 보인다.

 

(+아직까지는 사정과 전립선암의 상관 관계를 확실하게 규정 짓기는 어려우므로, 전립선 암 예방을 목적으로 과한 금욕이나 잦은 성욕 해소를 할 필요는 없다. 정 걱정되면 년 단위로 검사를 꾸준히 받는 게 최고의 예방 방법이다. from 나무위키)

 

 

 

 

p.338: 현재 감기 바이러스를 물리칠 적절한 항생제가 없는 상황이다. 대체로 감기약들은 모두 환자가 힘들어하는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증상 치료 성분들로만 구성돼 있다.

 

  1. 열을 해소하기 위한 해열 성분: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
  2. 염증에 의한 부종을 완화시켜 비출혈 제거, 기관지 확장: 메틸에페드린, 슈도에페드린 등
  3. 기침 감소를 위한 성분: 인산 디히드로코데인, 인산 코데인 등
  4. 가래 해소를 위한 거담제: N-아세틸시스테인, 암브록솔, 브롬헥신 등
  5. 재채기, 콧물, 코막힘 해소를 위한 항히스타민 성분: 브롬페니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 등

 

그런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사실 감기약으로 완화하려는 대부분의 증상이 우리 몸에서 감기를 이기기 위해 '일부러' 발생시킨 증상들이다. 부종에 의한 기관지 협착, 코막힘 등은 염증에 수반되는 증상으로서 일부러 유발시켰다고 볼 수는 없으니 이것만 제외한다면 열, 기침, 가래, 재채기, 콧물은 모두 인체의 보호 작용이다. 그런데 이를 완화하는 약이 진짜 감기약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 감기에 걸린다고 해서 바이러스의 침투나 증식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침투하고 체내의 면역 체계가 이를 감지해 일으킨 면역 반응으로 여러 증상이 발생한다. 이것을 우리가 감기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하필 방어를 위해 발생한 여러 증상들 때문에 몸이 아프다고 느끼게 된다.

 

초기 면역 반응을 힘들어하는 것은 아직 인간이 진화적으로 완전한 상태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감기약으로 위와 같은 방어기제를 억제하면 감기가 더 오래갈 수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감기는 약을 먹지않고 견디는 게 오히려 빨리 낫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열이 뇌전증을 유발하는 소아나,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들, 감기 증상이 다른 질환을 유발하는 등의 취약한 환자군에서는 적절한 수준으로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p.339: [감기는 하루 중에 언제 발병하나요?]

그럼 왜 감기는 자고 일어날 때 많이 발생하는 걸까?

 

답은 감기의 병태 생리에 있다. 감기 바이러스는 대개 코 점막에 처음 침투한 이후 약 이틀 정도의 잠복기를 가진다. 잠복기(incubation period)란 용어 때문에 오해 있을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병균이 체내에서 조용히 기다리면서 때를 기다리는 기간이라는 의미처럼 이해하곤 하는데 사실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잠복기란 '병균이 체내에 들어온 후, 증상을 일으킬 정도로 충분히 양적으로 증식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즉 감기 바이러스는 코 점막으로 침투한 후 약 이틀에 걸쳐 상기도에 퍼질 정도의 감기 바이러스를 증식한다.

 

그런데 감기 바이러스, 특히 리노 바이러스가 증식을 잘하기 위한 조건은 바로 32˚C 정도의 낮은 온도다. 상기도가 아무리 외기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열심히 활동하는 낮 시간대에는 32˚C 정도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밤이 돼 사람이 수면 상태에 들어가면 체내 대사량이 감소하면서 체온이 감소한다. 중심 체온이 0.5~1˚C 떨어지면 말초 부위는 체온이 더 많이 떨어진다. 바로 이 시간이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다. 이처럼 밤사이 바이러스가 충분한 증식과정을 거쳐 상기도의 여러 부위로 파급되면 체내 면역 시스템이 이를 알아차리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감기의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밤사이 이러한 과정이 일어난 결과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감기의 최초 증상을 경험한다고 느낀다.

 

 

 

 

p.348: [감기에 대한 객관적 사실]

  1. 감기 바이러스는 에어로졸, 비말, 오염된 물건 및 손을 통해 전염된다.
  2. 감기 바이러스는 사계절 항상 주변에 존재한다.
  3. 감기 바이러스의 초기 감염에는 바이러스의 규모가 중요하다.
  4. 감기 바이러스는 체온보다 약간 낮은 온도인 32˚C에서 증식이 활발하다.
  5. 우리 몸의 면역력은 에너지가 필요한 대사다.
  6. 감기 바이러스의 50% 이상은 리노 바이러스가 차지하지만, 2위는 10~30%를 차지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이러한 과학적·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만든 감기 예방책을 지금부터 제시해보겠다.

 

  • 가능하면 마스크 착용: 마스크가 막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담긴 비말과 에어로졸 및 바이러스로 오염된 본인의 손을 막아준다.
  • 수시로 손소독제로 소독하기
  • 얼굴, 특히 콧속을 자주 닦기: 낮 시간에 외출을 했다면 주변에서 세면대를 발견할 때마다 이 방법을 자주 실천하면 좋다. 얼굴을 자주 닦고 콧속을 깨끗한 속으로 물과 함께 씻어내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도달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무심코 외부 사물에 손을 댄 후 오염된 손으로 얼굴을 자주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귀가 후 옷은 바로 벗어서 세탁하기: 매일 모든 옷을 세탁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낭비일 수 있으니, 중요한 행사를 앞둔 일주일만이라도 이 방법을 쓰도록 해보자.
  • 귀가 후 바로 전신 샤워하기: 감기 바이러스는 옷이나 신체 피부에 붙어있는 동안에는 효과적으로 증식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다. 가만히 숨죽이며 호흡기 점막에 들어가는 때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의 바이러스는 샤워로 쉽게 제거할 수 있다.
  • 자기 직전 양치하기: 양치 후 치실 및 가글링 하기: 감기 바이러스는 우리가 자는 동안 활발하게 증식하므로 자기 직전에 바이러스의 양을 최대한 줄이거나 제거해야 한다. 자기 전에 철저하게 양치를 하고 치실이나 치간칫솔까지 사용해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도록 한다. 양치 후엔 가글링을 실시해 양치질로 도달할 수 없는 인후 부위를 소독한다. 심지어 코로나19 바이러스조차도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면 바이러스의 양이 감소해 단기적으로 전파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 자면서 저체온 방지: 몸, 특히 목부위의 보온 고려하기: 감기 바이러스 중 50%를 넘게 차지하는 리노 바이러스는 32˚C 정도의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증식하므로 미량 침입해도 자는 동안 증식하면서 바이러스 양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증식을 막기 위해서는 인후와 기관지의 체온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따듯한 이불과 수면복을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목을 부드럽게 감싸는 보호대를 하는 것도 좋다. 여름에는 수면 중 선풍기나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저체온을 예방해야 한다. 냉방병의 일종인 여름 감기도 야간 저체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 면역력 지키기: 중요한 날을 기준으로 일주일 전부터 음주, 금식, 과식, 과로, 수면 부족 피하기
  • 종합비타민 챙겨 먹기
  • 그래도 걸릴 경우를 대비한 항생제: 감기에 일반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의학적 지식이다. 이렇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고생하는 병에 왜 항생제가 없을까?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감기 바이러스로 대표적인 리노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해 적절한 항생제를 도출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 둘째,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중한 상태로 이환되지 않고 대개 저절로 낫는 병(self-limited diseases)으로 이해된다는 점. 셋째, 항생제 신약 시장의 시장성이 좋지 않아 이윤을 좇는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항생제에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 넷째, 감기에 쓰는 항생제는 기껏해야 2~5일 정도 사용하는데,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월등하게 낫게 만들기 어려운 기술적·의학적·경제적 요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면 현재 감기에는 항생제가 전혀 없는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재밌게도 감기 바이러스의 원인균 2위를 차지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독감의 주요 원인으로서 이미 매우 효과적인 항생제(항바이러스제?)가 출시돼 있다.
    그럼 감기에 위 항생제를 쓰는 것은 어떨까? 내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감기의 10~30%를 차지하는 균주이므로 해당균에 의한 감염이라면 하루 정도 복용하고 효과가 있으면 며칠 더 먹는 수준으로 감기를 빨리 끝낼 수도 있다. 물론 리노 바이러스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 약물이 전혀 듣지 않으므로 첫날 효과가 없다면 굳이 지속할 필요는 없다. 국내 국민건강보험에서는 감기 치료에 대한 뉴라미니다아제 억제 항생제 처방을 금여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므로 약간은 비싸지만 비급여 처방으로 시험 삼아 복용해보는 것도 좋다. 나와 내 주변에서는 타미플루 복용으로 감기를 초기에 진화하는 데 많은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다만 위중증 환자나 기저 질환자가 이런 약물을 남용하면 결국 인구 집단 전체에 항생제 내성 균주를 키우게 되는 꼴이니 남용은 절대 금물이다.

 

 

 

 

p. 392: [내 몸 챙기기 요령]

상투적이지만 건강 생활을 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 적절한 체중 관리, 금연, 절주 딱 네 가지만 잘 지켜도 우리 장기와 면역 시스템이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상투적이지 않은 것으로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은 아래와 같다.

  1. 30세가 넘었다면 혈압 자주 재기
  2. 40세가 넘었다면 1년에 한 번 당화혈색소(HbA1c)와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cholesterol) 측정하기
  3. 40세가 넘었따면 2년에 한 번 위 내시경, 5년에 한 번 대장 내시경을 추천
  4. 초음파 검사는 권고되는 만큼 시행하기
  5. CT는 폐암 고위험군만 시행. 그 외엔 가급적 자제
  6. 50세가 넘었다면 뇌 MRI 한 번쯤 시행해보기

 

 

 

 

p.432: [소인 vs 유인; 장전과 방아쇠 비유]

뇌졸중은 오랜 기간 누적된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서서히 진행되지 않는다. 수년간 가지고 있던 동맥경화증 병변에, 어느날 갑지가 문제(경화반의 파열 등)가 생기면서 혈소판 활성화에 의한 급성 혈전증이 생기는 것이 원인이다. 위험 요인을 원인이라고 할 때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촉매 내지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권총을 예로 들어보자. 총을 발사하려면 총알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총알을 장전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권총은 발사되지 않는다. 총알이 장전된 상태를 동맥경화증이라고 볼 수 있고, 방아쇠를 당기는 상황을 촉매라고 볼 수 있다. 즉 뇌졸중은 장전된 총알 상태로 상당 기간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방아쇠 역할을 하는 상황을 만나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방아쇠 역할은 일상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은 발생 전 감염, 과로, 수면부족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졸중 증상이 발생했다고 호소한다. 이런 경우 의사들은 애초에 동맥경화를 일으킨 고혈압, 당뇨 등을 원인(=소인; predisposing factor)이라고 설명하지 스트레스 상황들을 뇌졸중의 원인(=유인; initiating factor)이라고 설명하지는 않는다. 어느 누구도 일상생활에서 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p.438: 한만청 명예교수가 자신의 주치의를 선택하는 철학 두 가지를 다음과 같이 얘기하셨다.

첫째, 절대적인 실력을 기준으로 주치의를 선택하라. 친절은 나를 치료하지 않는다. 둘째, 선택한 후엔 100% 신뢰하고 그대로 따르라.

이 두 가지는 내가 의사로서 절대 공감하는 얘기다. 환자들은 퉁명스럽고 말이 없는 의사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친절하고 말이 많으면 좋은 의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와 의사 관계도 사람 간의 관계이니, 어찌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의사의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실력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얻는 것이 현명하다.

 

 

 

 

p.446: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명의는 존재하기 힘들다. 병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의사는 병원의 수입에 기여한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학회에서 추천을 받은 의사는 학회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낸 웃어른일 가능성이 높다. 환우회가 추천하는 의사는 실력과 무관하게 친절하고 자상한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 병원의 동료의사가 추천하는 의사는 사실 실력을 알 방법은 없으면서, 옆 사람한테 물어 알게 된 정보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도 모르는 명의를 방송국에서 섭외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그러니 여러분들은 나를 포함해 언론이나 방송에서 떠드는 명의는 믿지 마라. 그분들은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주변 동료 및 선후배들과 사회생활을 잘해온 분들이지 실력으로 평가를 받은 분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