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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약 정리

사유 식탁 (책 스크랩)

 

한줄평: 내 영혼까지 요리하는 레시피

(요리와 심리학이라는 신박한 조합. 하지만 알랭 드 보통 단독 저서가 아니어서 아쉽다)

 


p.59: [가지 - 예민함의 상징]

인간에게 예민함은 양가적인 미덕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감동하거나 동요한다. 쉽게 떨쳐 버릴 일에도 화를 내기가 부지기수다. 호텔 방의 모양이 이상하다거나 매트리스가 몸에 맞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약점은 강점의 원천이기도 하다. 예민함은 아주 희미한 흥미의 조짐에도 주위를 기울여 우정을 단단하게 만들거나 자연과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이끈다.

 

 

 

 

p.101: [마늘 - 자기주장의 상징]

주장과 공격은 굉장히 다르다.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자기주장을 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고 진심을 말한다는 의미이다. 확신에 찬 말과 행동은 타인을 거슬리게는 할 수 있지만, 의도적이지는 않다. 누군가의 기분을 거슬리게 했다면 사실 미안한 일이다. 다만 진실을 정직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할 따름이다.

 

 

 

 

p.136: ['나 지금 너무 우울해']

현대 사회는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야망을 품고 새로운 일에 뛰어들기를 요구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침울하거나 처지고, 이불 속에 숨고 싶은 마음이 들면 수치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초겨울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에 감정을 이입하고, 텅 빈 회색 바다의 풍광을 음미하며, 한탄과 후회가 깃든 노래에 푹 빠지고 싶어 한다. 우울을 약이라도 먹어야 하는 병처럼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인간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인 것이다.

 

우울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은 항상 밝고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리네 짦은 삶은 온갖 고난으로 가득하다. 사랑으로 발전할 것만 같았던 관계는 필연적인 갈등과 상호 간의 실망으로 전락한다. 대개 삶의 중심에는 외로움의 영역이 존재한다. 게다가 사회는 우리가 지닌 잠재력을 북돋거나 보상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은 차례로 세상을 떠나며, 시간 역시 우리 편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지나온 시간만큼 허비했다. 따라서 우울은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에 대한 정당하고 섬세하며 지적인 반응인 셈이다.

 

 

 

 

p.176: ['각양각색의 친지들이 오는데 무엇을 대접해야 좋을까?']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사람이라는 점이 바로 가족의 핵심이다. 정치적 의견이 완전히 정반대인 삼촌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TV 프로그램이나 스케이팅에 푹 빠진 어린 조카는 어떤가. 중년의 아버지가 겪는 인생이라는 모험의 결과로 아름다운 새엄마를 얻을 수도 있다.

 

친척들과 함께 있으면 외계인 무리 한가운데 우연히 섞인 듯한 느낌이다. 다니는 회사의 회계 문제에 얽혔거나 아이슬란드의 고고학에 심취하는 등 우리가 살면서 단 한 번도 관심을 품지 않을 주제에 흥분하는 친척과 몇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고전적인 관점에서 사회생활을 본다면, 우리는 친척들에게 더 나은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그들은 본능에 충실했다면 결코 친해질 기회가 없던 유형의 사람들과 친밀감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말도 안 된다고 여겨지는 관점을 품은 솔직한 이유를 직접 듣게 되는데, 달리 알 길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가치 없다고 여겼던 활동이 지닌 우아하고 흥미로운 면모를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내부자만 알고 있는 이야기 또는 비밀스러운 시련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당이 안 된다고 생각해 외면했을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가족이 지닌 이상한 면면이 바로 그들의 최대 장점이다. 속마음을 그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라 생각하고 버티면, 자기 생각과 선호에 따라 형성된 완고하고 보이지 않는 편견을 바로잡고, 더 넓은 삶과 사람을 배우게 될 것이다.

 

 

 

 

p.271: ['요리엔 젬병이야!']

충분히 좋다고 만족하는 태도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 아주 유용한 도움을 제공한다. 충분히 좋은 결혼, 충분히 좋은 직장, 충분히 좋은 휴일을 떠올려도 좋다. 완전무결함을 추구한다고 해서 결과가 좋아지거나 삶이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그런 시도를 통해 우리는 실패를 더 뼈저리게 받아들이게 된다. 불완전하게 담거나, 약간 고르지 않게 조리되고 그을린 구석마저 있는 식사는 우리에게 삶의 위대한 진리 하나를 말해준다. 현실의 우리는 불완전함을 현명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p.275: ['배달 시켜 먹어도 괜찮을까?']

타인에게 우리의 약점을 보여주는 데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 오랜 친구가 집으로 찾아오는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이론적으로야 그들을 매료시키고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치고 슬픈 우리는 그냥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고만 싶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최선을 다할 때에만 친구들이 나를 좋아할 거라는 끔찍한 생각에 사로잡혀 행동한다. 집에서 만든 파이, 레몬과 타임으로 맛을 낸 통닭구이를 로즈마리 감자 위에 올려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우리가 우정의 핵심을 잊고 있는 것이다. 우정은 실패, 약점, 무능력과 불완전에도 불구하고, 아니 사실은 거의 그것들 덕분에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면 도리어 친구들을 위협하거나 겁박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의 우월함에 기가 죽는 상황 말고, 부족한 모습에 공감하는 순간을 기대한다.

 

화려한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면 상대방을 그저 감복시키겠지만, 평범하고 어설픈 모습을 보인다면 제대로 우정을 쌓게 된다. 낡은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을 하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이유는 나중에 분명히 설명해 줘야 한다) 친구들을 어두운 부엌으로 불러야 한다. 그리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벵갈의 기억'으로부터 커다란 음식 보따리가 오고 있다고 선언해야 한다. 어쩌면 그게 깊은 의미에서 진정한 접객의 시작이다.

 

 

 

 

p.345: [잘 말하고, 잘 듣기]

좋은 식사에는 좋은 대화가 따라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확실히 문명이 만든 중요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좋은 식사와 좋은 대화의 기준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식사라면 저마다 노력을 기울인다. 요리책을 사고, 수업도 듣고, 최상급의 기술로 만든 조리 도구를 주방에 들여 놓고, 요리 솜씨를 가다듬는 시간을 들인다. 반면 대화는 그저 우연히 잘 되기만을 바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채기를 하거나 눈을 깜빡이는 수고를 들이면 된다고 여길 뿐이다. 우리는 만족스러운 토론이란 우연히 알아서 벌어지는 일이며, 통제하거나 유도될 수 없다고 막연히 단정짓는다.

 

이처럼 번지수 틀린 낭만적인 믿음 탓에 가장 맛있고도 독창적인 요리를 심오하고도 친절한 이들과 함께 먹으면서도 분위기를 망친다. 고루하고 감정이 결여되어 있으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대화나 주고받기 때문이다. 대화는 드문드문 이어지고 화제는 들쭉날쭉하며 이야기는 피상적으로 가로막히면서 영양가 없는 일화나 공유할 뿐이다. 디저트를 먹을 때가 되면 이미 지쳐서는, 맹렬한 누군가가 고정 관념에 얽매인 소리를 떠들도록 내버려 둔다. 생선은 완벽하게 익었고 소르베는 잊을 수 없을 만큼 맛있었지만, 함께 식사한 사람들과의 교감은 처절하게 실패한 채 숟가락을 놓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p.348: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친구를 새로이 사귀고, 청중을 안심시키며, 연인을 위로하고, 고독한 이의 외로움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적에게도 선의를 얻는 데 실패하지 않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자신의 흠을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기 위해 너무 많이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게 매력적인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실패다. 사람들은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너무 외롭고 쓸쓸하다는 외적 증거를 듣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생활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커리어 쌓기가 얼마나 고된지, 가족들이 얼마나 불만족스러운지, 늘 걱정을 짊어지고 산다든지 하는 문제는 모두에게 익숙하기에 동질감을 자아낸다.

 

 

 

 

p.355: [대화 메뉴: 야심]

=전채

  • 부모님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셨나요?
  • 부모님은 당신에게 어떤 기대를 하셨나요?
  •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어요?
  • 감동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주요리

  • 타인의 어떤 성과에 질투심을 느끼나요?
  • 어떤 개인적인 상처나 약점이 제약처럼 느껴지나요?
  • 당신에게 사랑과 일은 어떤 관계예요?
  • 당신에게 실패란 무엇인가요?

=디저트

  • 지금 직업 말고 어떤 직업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 특별한 대가를 치른 적이 있나요?
  • 원하는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노력이 부정당했을 때, 자신을 위로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요?

 

 

[대화 메뉴: 사랑]

=전채

  • 누군가 나를 많이 좋아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요?
  • 끌리는 상대와 부모님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요?
  • 데이트에서 상대방이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 미래의 반려자가 과거에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길 바라나요?

=주요리

  • (전)애인의 어떤 점이 가장 거슬렸어요?
  • 당신과 같이 살기 힘든 이유 다섯 가지를 말해주세요.
  • 타인과 의사소통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어요?
  • 섹스에서 어떤 점이 어렵게 느껴지나요?

=디저트

  • 이별에 무덤덤한가요?
  • 당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이전 애인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 바람 피워도 용서받을 수 있는 상황이 있을까요?
  • 좀 더 너그럽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 단점은 무엇인가요?

 

 

[대화 메뉴: 자기 이해]

=전채

  • 자신이 얼마나 좋아요? 이유는요?
  • 어떤 방식으로 신경질을 부리나요?
  • 어린 시절 어떤 어려움을 겪었어요?
  • 당신이 없을 때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요?

=주요리

  • 누군가와 소통할 때 어려운 점이 있어요?
  • 어떤 맥락에서 사람들을 믿기 어려운가요?
  •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 어떻게 표현해요?
  • 삶의 어떤 면에서 미성숙하다고 느끼나요?

=디저트

  • 어머니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버지는요?
  • 좌절을 마주하면 대체로 어떻게 반응해요?
  • 어떻게 내향적인 혹은 외향적인 인간이 되었어요?
  • 어떤 면에서 더 성숙해지고 싶어요?

 

 

[대화 메뉴: 삶의 의미]

=전채

  • 해결하고 싶은 타인과의 문제가 있어요?
  • 삶에서 의미 있었던 순간을 꼽아주세요.
  • 어떤 대화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 의미 있는 삶을 살려는 시도가 대인 관계나 커리어를 곤란하게 만든 적은 없어요?

=주요리

  • 딱 5년만 더 살 수 있다고 가정해 봐요. 주어진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어요? 애인, 친구, 회사, 가족과의 관계에서 각각 하고픈 것을 들려주세요.

=디저트

  • 당신의 삶에서 어떤 점이 가장 불행해요?
  • 초월적인 경험을 해 본 적 있어요? 언제요?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 어떤 무리에 속하고 싶어요?
  • 소속에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게 있을까요?
  • 19세의 당신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그 이후로 당신은 얼마나 더 성장했나요?

 

 

[대화 메뉴: 비밀]

=전채

  • 당신의 장례식에서 친구가 당신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길 바라나요?
  • 당신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뭐예요?
  • 다른 이들이 알게 될까 봐 두려운 당신의 성격은 무엇이에요?

=주요리

  • 가까운 사람에게서 계속 거슬리는 세 가지만 이야기해주세요. (ex. 노래 흥얼거리기, 화장실에서 이상한 짓 하기, 약속에 늦기 등)
  • 남몰래 시기하는 대상이 있나요?
  • 누군가에게 못되게 굴었던 일을 들려주세요.
  • 가족이 안다면 놀랄 만한 비밀이 있나요?

=디저트

  • 어떤 불안감이 당신에게 스며들어 있나요?
  • 새벽에는 무엇을 걱정해요?
  • 스스로 매우 이상하다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 용서받고 싶은 결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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