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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약 정리

피프티 피플

한줄평: 신박한, 시도, 성공적

 


 

p.13: [송수정]

누군가 한복 칭찬을 한 모양이었다. 엄마가 고전무용을 하듯이 한쪽 손을 멋들어지게 들고 그 자리에서 장난스럽게 한바퀴 돌았다.

 

사락사락.

 

아마도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정은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아, 어떡해. 장갑으로 얼른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나쁘지 않잖아, 수정은 생각했다. 엄마의 강인함도 엄마가 맨날 부리던 억지도, 이상하게 저 사락사락함으로 기억날 것만 같으니까.

 

 

 

 

p.18: [이기윤]

다음 당직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 기왕이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놀이공원 같아. 굉장히 참담한 놀이공원이지만 놀이공원 같아.

 

아드레날린 정키는 만족스러웠다.

 

 

 

 

p.65: [유채원]

빵에는 땅콩 잼이 조금 들어있었다. 너무 조금 들어 있어서 놀라울 정도였다.

 

 

 

 

p.71: [문우남]

 

 

 

 

p.110: [배윤나]

같은 사람들이다.

 

그 짧은 문장이 갑자기 떠올랐다. 떠오르고 나서 이해가 되었다. 같은 사람들이었다. 토대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학을 통폐합시킨다. 보이는 토대와 보이지 않는 토대를 다지지 않고 허무는 사람들 말이다. 발밑으로 모래가 흘러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그리하여 입을 벌린 구덩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등을 뒤에서 밀어버리는 사람들... 같은 사람들이야, 말해주고 싶었다. 말해야 할 것 같았다.

 

 

 

 

p.138: [김의진]

이름이 뭐더라, 너? 친구 아이들의 이름을 엑셀로 정리해둬야 할 판이었다.

 

 

 

 

p.164: [홍의섭]

결혼은 그 나름대로의 노력이 계속 들어가지만, 매일 안도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마음을 다 맡길 수 있는 사람과 더이상 얕은 계산 없이 팀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어둡고 어색했던 소개팅의 나날을 지나왔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안도였다. 지혜도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으면 좋겠다고 우섭은 잠깐 생각했다.

 

 

 

 

p.170: [정지선]

"오늘도 거짓말 많이 하고 왔어?"

지은이 퇴근하는 지선을 반기며 물었다. 지은은 지선이 계약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근처에 하수처리장이 있다든지,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이라 시끄럽다든지, 여름이면 개천에서 모기떼가 날아오를 거라든지, 그런 것들을 말해주지 않는 게 거짓말이라고 자주 놀렸다. 지선도 아주 부정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오면 지선도 모니터 여사님들도 입을 싹 다물었다. 그 짧은 침묵은 거짓말에 가까웠다. 최종 판단은 당신에게. 성인과 성인의 거래는 원래 그런 것이다.

 

...

 

자매는 오징어를 먹을 때마다 태어나고 자란 동해를 그리워하면서, 동시에 돌아가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인구밀도는 깔때기 같은 것. 일자리도 흥청거림도 수도권으로만 몰린다.

 

 

 

 

p.266: [이설아]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p.294: [임찬복]

새도 치매에 걸릴까, 찬복은 잠시 궁금했다.

 

 

 

 

p.304: [김시철]

시철이 늦게 들어오고 혜린이 일찍 돌아온 날, 아랫집 남자가 몇번 올라왔었다 했다. 처음엔 혜린도 문을 열어주었지만 다짜고짜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으므로 결국 집에 없는 척하게 되었다. 없는 척해도 계속 두드렸다. 시철이 있었다면 싸움이 났을 것이다. 혜린은 어느 순간부터 불안한 얼굴을 했다. 사실 혜린의 낙천성과 둥근 성격은 타인의 공격성을 적게 겪으며 자라나는 동안 형성된 것이어서, 막상 공격적인 상대를 마주하니 면역 없이 쉽게 무너졌다.

 

 

 

 

p.344: [하계범]

그 젊음. 기억나지 않는 젊음.

 

 

 

 

p.351: [방승화]

그래 봤자 지난 세기의 이야기.

 

 

 

 

p.370: [고백희]

'한 작품의 창작와 그 소비자는 전세계적으로 흩어져 있지만 각별히 맺어진 사이이며 사실은 결이 비슷한 사람들'

 

 

 

 

p.390: [그리고 사람들]

이 건물에 극장이 있었던가, 헷갈려하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극장은 그들의 착각 속에서 몇초간 존재했다가 다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