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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약 정리

팬데믹 제2국면 (책 요약 정리)

한줄평: 잘 정리된 팬데믹 중간정산

 


날개: [팬데믹 제1국면부터 제4국면까지]

  • 제1국면: 2020년, 코로나 백신이 등자하기 이전까지의 기간.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격리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대처한다.
  • 제2국면: 2021년, 선진국에 백신 보급이 시작되는 기간.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 간 국제적 갈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 제3국면: 2022년, 개도국과 저개발국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동남아에도 백신이 보급되지만 관광이 전면 개방되기는 어렵다. 반면 선진국들끼리는 일부 개방돼 한동안 관광 수요가 폭발할 것이다.
  • 제4국면: 2023년,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도 백신이 어느정도 보급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 팬데믹의 아주 긴 꼬리를 보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다.

 

 

 

 

표지: [팬데믹 충격]

  • 코로나 이후 대학입시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이다.
  • 노동자의 35퍼센트, 재택근무자는 새로운 제1계급이 된다.
  • 팬데믹으로 인한 재난자본주의는 서울자본주의를 강화한다.
  •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팬데믹 보상이 이루어진 국가는 한국이다.
  • 코로나 롱테일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항공산업과 여행산업이다.
  • 세계화가 첨단이던 시대는 코로나와 함께 종료된다.
  • 뜻밖의 호황과 지독한 불황이 공존하는 팬데믹 양극화가 시작된다.

 

 

 

 

p.5: 코로나 초기에 미국에서 '베이비부머 제거자(boomer remover)'라는 말이 유행했다. 코로나가 지금 밀레니얼 세대의 앞길을 막고 있는 60대 이상의 베이비부머들을 치워주기 위해서 하늘이 준 바이러스라는 의미다. 일종의 사회적 무의식 혹은 집단적 무의식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스웨덴의 경우 복지국가를 운영하는 데 부담이 되는 노인층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고 국가가 일부러 방역을 강화하지 않는다는 의심이 돌았었다.

 

 

 

 

p.22: 정부는 'K-방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방역'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에서만 쓰는 행정 용어다. 외국에 홍보하고 싶어도 딱 맞는 번역어가 없다. 그래서 현재는 '격리'를 의미하는 단어 '쿼런틴'을 사용해 'K-쿼런틴'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초기, 일본에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입항을 금지하고 대기하게 했다. 역병이 돌 때 배를 정박시키기 전에 격리 기간을 갖는데, 그때 쓰는 단어가 '쿼런틴'이다.

 

 

 

 

p.28: 팬데믹 제4국면 그 어디에선가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미 대부분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을 테지만, 그 일상이 처음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난 2019년 겨울과 같은 일상이라는 보장은 없다. 많은 사람의 직장이 바뀌었을 것이고, 많은 식당이 문을 닫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열리지 않는 곳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도달한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선진국 초입 혹은 선진국 평균 정도가 아니라 선진국 중에서도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을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일본과 프랑스보다 앞설 확률이 높다. 코로나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것은 맞고 고통스러운 것도 맞지만, 한국에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될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 균형 속에서 한국은 국제적으로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두에게 행복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다.

 

 

 

 

p.32: [A형 산업: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가 유지된다]

A형 산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등 비대면 활동과 관련된 인프라 사업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특수를 누리고, 코로나 회복 후에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반도체 분야도 관련된 생산이 늘어나면서 특수를 맞고 있다. 이후에 성장세가 정지할 수는 있어도 뒤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환경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이 결정적 전환기를 맞았다. 태양광은 기존에도 각광 받았고, 해상풍력은 팬데믹과 함께 약진할 것이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조합은 아직 시제품도 출시되지 않았지만, 팬데믹 이후 가장 아름다운 미래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자가격리가 증가하면서 흔히 퀵서비스라 불리는 오토바이 택배의 물량도 같이 증가했다. 계약서 등 중요한 서류의 상당수는 아직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가 없고, 여기에 오토바이 택배가 사용된다. 2단계 거리두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여름, 나도 급하게 서류를 보내야 하는 경우가 생겨서 꽤 비싼 돈을 주고 A4 용지 한 장을 오토바이 택배로, 그것도 몇 번이나 보낸 적이 있다. 비싸긴 하지만 제일 효과적이다.

 

배달의 증가는 물류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변화는 팬데믹 이전에도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배달의 증가와 더불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대형 쇼핑몰이 상가 공간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도시 근교의 쇼핑몰 대다수는 물류기지 혹은 물류창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팬데믹이 이 전환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생겨난 또 다른 변화는? 샤넬을 비롯해 명품으로 불리는 제품들의 주요 구매 연령이 10대 후반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백화점 등 럭셔리 숍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주 마케팅 장소로 삼았던 명품 브랜드들이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마케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면서, 백화점에 잘 가지 않던 10대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종류의 특수 역시 코로나 회복 후 꺾이지는 않는다.

 

 

 

 

p.38: K자형은 경제의 격차 현상이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심해져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정반대 형태로 가는 경우다. 이런 패턴이 생기면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지도 않고, 문제가 급격하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가 상당히 위험해진다. 경제 체질이 약해지고, 내부 경쟁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국가를 끌고 나가는 집단으로서는 사회통합을 형식적으로라도 이루기 위해 간편한 방법으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p.95: 국가에 따라서 2년 혹은 3년간 팬데믹 충격을 길게 경험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맞게 될 새로운 경제적 변화는 아마도 인플레이션 시대의 복귀일 것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 등 금융자산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바로 돈을 뿌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돈을 뿌리기는 하는데, 주로 은행이나 금융기관 등 돈을 가진 상층부에 뿌린다. 금융권과 대기업 위주로 정책 자금이 집행되니까 일반인들이 직접 정책 자금의 혜택을 받지는 않는다. 개인들의 소비가 늘어나지는 않으므로 물가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팬데믹의 경우는 재정 정책을 통해서 정부가 개인들에게 직접 돈을 준다. 이렇게 밑으로 전달된 돈은 상품 가격을 높인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p.100: '자연 재난을 비롯해 경제위기나 사회위기가 발생하면 모두가 힘을 합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 이런 생각은 심성 고운 사람들 마음속에만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재난을 장사의 기회로 삼고, 경제 엘리트들은 재난을 숙원 사업을 추진하는 계기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재앙 같은 사건이 벌어진 후 공공부문에 치밀한 기습 공격을 가한 것이다. 재난을 멋진 기회로 여기는 풍조도 섞여 있었다. 나는 이러한 모습을 '재난자본주의disaster cpitalism'라고 부를 것이다.

 

 

 

 

 

p.113: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역사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최초로 등장한 시점은 1억 년도 더 전으로 추정된다. 코로나바이러스로서는 자신들이 늘 해온 방식으로 생존하고, 진화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이다. 이번에는 숙주가 조류나 박쥐가 아니라 인간일 뿐이다.

 

 

 

 

p.115: 전쟁과 함께 국가가 주기적으로 강화된 것처럼, 팬데믹도 국가의 권능을 강화한다. 누가 가게를 열 수 있고, 어떤 형태로 열 수 있는가. 국가가 시장을 일시 정지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권한을 갖는다. 국가가 강해지면 국가라는 기구 자체가 가진 내부 문제도 같이 강해진다. 제도와 약속 같은 것들이 국가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팬데믹이라는 시급한 상황 속에서 국가의 투명성이 약해진다. 이를 온화하는 것이 전통적으로는 시민사회의 강화와 지방정부인 로컬의 강화다. 한국에서는 어떤가? 시민사회는 비대면 국면에서 점점 약해져가고, 로컬은 아직 중앙정부 눈치 보느라 바쁘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3월 11일, 우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좋든 싫든, 팬데믹이 만들어낼 새로운 질서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p.122:

 

 

 

 

 

p.158: 모두가 같이 힘들면 그래도 좀 버틸 만하다. 그러나 남들은 괜찮은데 자기만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정서적 고통은 더 커진다. 그것을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부른다. 모두가 동일하게 격리되어 있을 때는 바이러스 앞에, 마스크 앞에 모두가 공평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다가, 경제활동이 시작되면 어려운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갈린다. 이윤율이 높아진 산업과 낮아진 산업으로 나뉜다. 이윤율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이 업종별로도 나뉘게 된다. 이것을 '팬데믹 양극화'라고 부를 수 있다. 팬데믹으로 이익을 보거나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가 위쪽 축을 형성한다. 그리고 대다수 자영업을 비롯해 내수용 산업들 그리고 현장 공연과 관련된 많은 문화산업들이 아래쪽 축을 형성한다. 이런 양극화 흐름 속에서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어떠한 변화가 생겨날 것인가? 팬데믹 영향으로 어려워진 업종에서는 통폐합 등 독과점화를 통해서 어려운 경영 여건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계속 벌어질 것이다.

(...)

큰 충격이 왔을 때 살아남기란 매우 어렵지만, 살아남은 기업에는 더 큰 기회가 열리게 된다.

 

 

 

 

p.164: 자우림의 노래 <일탈>이 발표된 것은 공교롭게도 1997년 11월, IMF 경제위기가 터지기 직전이다. 당시 1990년대의 풍요가 'X세대', 즉 '다양성 세대'를 만들 것이라는 새로운 기대가 생겨났지만, 'X세대'의 사회적·문화적 일탈은 IMF 경제위기로 인해 열매를 맺지 못했고, 사회는 다시 획일성으로 돌아갔다. 코로나의 충격으로 직접적인 이윤율 저하에 맞닥뜨린 많은 산업이 판매 방식의 온라인 전환 등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된다. 특별한 노력이 없으면 지금의 팬데믹 위기는 경제적으로 다시 획일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작용하게 될 확률이 높다.

 

 

 

 

p.227: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가 <도시와 창조계급(Cities and the Creative Class)> 등 일련의 창조계급과 관련된 책들을 통해서 얘기하려고 한 것은 창조적인 일과 공간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독특하고 때로는 까칠하기도 한 특이한 사람들이 일하기에 편한 도시에서 창조와 관련된 기업들이 더 많이 탄생하고, 그런 곳으로 창조 기업들이 모이게 된다. 재택근무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분석을 할 수 있다. 캐나다 등 많은 곳에서 직장인들이 도심을 벗어난 근교로 이사하는 현상은 시사점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신도시 공급을 통해서 어쩔 수 없이 대도시 외곽에 로컬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재택근무가 이러한 로컬에 자체적인 경제와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Fuck you and Thank you Corona!]
2020년은 내 인생이 외부 요인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수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고, 내 삶도 어쩔 수 없이 큰 영향을 받았다. 많은 일들이 중단되었고, 많은 일들을 새로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나에게 기회의 시간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단 나름대로 오랫동안 즐겨왔던 취미인 살사 댄스가 중단되었다. 살사는 커플댄스라 기본적으로 손을 잡고 시작하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 죄악시되는 '대면 취미'의 끝판왕이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그만둔 연애도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만추인 나로서는 반강제로 사회적 격리가 이루어지는 코로나 기간은 사랑은커녕 사람도 만나기 힘든 외로운 시간이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듯이 그 와중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도 해보았지만, 마기꾼에게 된통 당한 이후로는 '마스크 벗은 얼굴을 확인하기 전까지 함부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여행을 좋아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로 여행을 다니려고 노력했었는데,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 비행기 금단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운 좋게 코로나 폭발 직전에 인도를 다녀오기도 했고, 올해는 델타 변이가 등장하기직전에 네덜란드로 '코시국 해외 여행 챌린지'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들 중 주요한 테마는 '인공지능'이다. 예전부터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에 관심은 많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곁눈질만 하는 일개 특이점주의자였던 나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못하고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대학원생(?)이 되고 말았다. 기존 전공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사업에 입문하게 되었고, 이왕 하는 김에 학문 쪽으로도 연계하면 논문 쓸 거리도 많을 것 같아 박사과정까지 시작하게 된 것이다. 취미이자 특기가 공부라, '공부의 끝'인 박사를 따기에 좋은 기회라는 판단도 있었다... 코로나 충격 때문에 집행된 무제한 양적완화와 제로금리의 영향으로 주식과 부동산은 미친 듯이 올랐고, 기존에 맛보기로 발만 담그고 있던 기술주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서울 집값 오르는 속도에 놀라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영끌 패닉 바잉을 했다. 꼭지일 수도 있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질렀는데 꼭지보다 더 올라갔다. 물론 위태위태한 집값이 언제 물구나무를 설지는 모를 일이다... 새로운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에 거의 유일한 무풍지대였던 골프. 골프장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고, 그린피는 몇 배가 올랐다고 한다. 골프연습장은 젊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골프는 너무 어렵다. 그냥 공 있는 거 대충 후려서 멀리 보내면 되는 운동인 줄 알았는데...

앞으로 코로나는 나의 소중한 30대를 몇 페이지나 더 차지하게 될까? 그리고 그 챕터는 위기일까 기회일까?